삼성과 SK하이닉스, HBM 기술 전쟁 – 국내 AI 반도체 시장 경쟁

목차

서론: AI 가속화 시대, HBM의 부상과 K-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

AI 가속화와 메모리 병목 현상의 대두

최근 인공지능(AI)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터 처리 능력에 대한 요구 수준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연산의 핵심인 GPU(그래픽 처리 장치)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메모리의 속도가 GPU의 처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메모리 병목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AI 가속기의 성능 향상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며, 고성능 컴퓨팅(HPC) 구현을 위한 근본적인 기술 혁신을 필요로 했습니다.

메모리 병목 현상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AI 연산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의 대규모 언어 모델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메모리에서 GPU로 끊임없이 전송해야 합니다. GPU의 연산 속도는 무어의 법칙을 따라 빠르게 발전했지만, 전통적인 메모리 기술은 이러한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는 마치 초고속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에 좁은 연료 공급 파이프를 연결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AI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벽이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메모리 기술의 등장이 절실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HBM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하게 됩니다.

고성능 컴퓨팅(HPC) 구현을 위한 HBM의 전략적 역할

HBM(High Bandwidth Memory), 즉 고대역폭 메모리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반도체 기술의 중요한 혁신입니다. HBM은 다수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기존 메모리 대비 압도적인 데이터 대역폭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력 소비를 낮추는 기술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HBM은 빅데이터, AI, HPC,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고효율, 고용량, 저지연 메모리가 필수적인 분야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HBM의 혁신성은 단순히 성능 향상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메모리 시스템에서는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평면적으로 배치해야 했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했고, 각 칩과 프로세서 사이의 거리가 멀어 신호 지연과 전력 손실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러나 HBM은 수직 적층 구조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했습니다. 메모리 칩들을 수직으로 쌓아 올림으로써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GPU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배치하여 데이터 전송 경로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습니다.

HBM은 단순한 저장 장치를 넘어, AI 시스템의 연산 능력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 부품으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대의 AI 데이터센터에서 HBM은 마치 심장이 혈액을 온몸으로 공급하듯이, 데이터를 GPU로 끊임없이 공급하는 생명선 역할을 수행합니다. HBM 없이는 현대의 초거대 AI 모델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반도체 기업들의 현 위치와 경쟁 구도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대한민국 반도체 기업들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24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를 차지하여, 양사의 점유율 합산이 9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사실상 K-반도체가 전 세계 HBM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수십 년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HBM이라는 새로운 기술 영역에서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D램 제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두 기업이 3D 적층이라는 혁신적인 패키징 기술과 결합하여 HBM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왔습니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 속에서도 양사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며, 미래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초격차’ 전략으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시장을 선제적으로 리드하며 현재의 리더십을 공고히 한 반면, 삼성전자는 HBM4(6세대)에서 업계 최초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하며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을 역전하려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습니다.

이 경쟁의 결과는 단순히 두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 AI 인프라의 발전 방향과 속도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AI 시대의 핵심 동력인 HBM 시장의 주도권 경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전략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본론 1: HBM 기술의 구조적 이해와 핵심 작동 원리

HBM의 정의와 3차원 적층(Vertical Stacking) 구조

HBM은 기존의 D램 칩을 수평으로 배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고 이를 로직 칩(Logic Die) 위에 하나의 패키징으로 통합하는 3차원 적층 구조를 채택합니다. 이 구조는 메모리 칩과 로직 칩 간의 물리적인 데이터 이동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신호 지연을 최소화하고,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장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수직 적층 기술이 HBM의 고대역폭 성능을 구현하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3차원 적층 구조의 혁신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메모리 배치 방식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메모리 시스템에서는 여러 개의 D램 칩을 메인보드 위에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이는 마치 단층 건물을 여러 채 지어 넓은 부지를 차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HBM은 같은 면적에 고층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여러 층의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올립니다. 이를 통해 같은 공간에 훨씬 더 많은 메모리를 집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층이 중앙의 로직 칩과 매우 가까이 위치하게 되어 데이터 전송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현재 상용화된 HBM은 보통 8단에서 12단까지 적층되며, 미래에는 16단 이상의 초고적층 제품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 단계마다 하나의 완전한 D램 칩이 위치하며, 이들이 모두 수직으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메모리처럼 작동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제조 공정의 복잡성을 크게 증가시키지만, 그만큼 성능 향상도 극적입니다.

핵심 기술: TSV (Through Silicon Via)의 기능과 중요성

HBM이 초고속 데이터 대역폭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는 TSV(Through Silicon Via), 즉 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입니다. TSV는 수직으로 쌓인 각 D램 칩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초미세 구멍을 의미하며, 칩을 수직으로 관통하여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미세한 구멍 안에 구리(Cu)를 채워 넣어 기존 메모리의 I/O(Input/Output) 대비 수천 개에 달하는 데이터 전송 통로를 형성함으로써, HBM은 일반 D램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대역폭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TSV 기술의 작동 원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먼저 실리콘 웨이퍼에 극도로 미세한 구멍(보통 직경 5~10 마이크로미터)을 레이저나 식각 공정을 통해 뚫습니다. 이 구멍은 웨이퍼를 완전히 관통하여 위아래를 연결합니다. 그 다음, 이 구멍의 내벽에 절연막을 형성한 후, 구리와 같은 전도성 물질로 구멍을 채웁니다. 이렇게 형성된 TSV는 수직 방향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 각 층의 D램 칩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합니다.

TSV의 밀도와 정밀도가 HBM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결정합니다. 더 많은 TSV를 형성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 통로가 생기므로 대역폭이 증가합니다. 또한 TSV의 정렬이 정확할수록 신호 손실이 적고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합니다. 현재 최신 HBM에는 수천 개의 TSV가 형성되어 있으며, 각각이 정확히 제 위치에서 완벽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HBM 제조 공정에서 TSV의 정밀도는 제품의 수율과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D램 칩을 극도로 얇게 가공(Thinning)해야 하며, 수많은 TSV를 정확한 위치에 형성하고 검사하는 고도의 정밀 후공정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칩의 두께는 보통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얇아지는데, 이는 사람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얇은 실리콘 웨이퍼를 손상 없이 처리하고, 그 안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정확히 뚫는 것은 극도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합니다.

이처럼 난이도가 높은 TSV 형성 공정의 핵심 소재인 티타늄 식각액(Ti etchant)을 ENF Technology가 자체 기술로 국산화하여 HBM3E 라인에 공급을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러한 국산화 성공은 단순한 소재 공급을 넘어, 첨단 기술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내 소부장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적 의미를 지닙니다. 반도체 제조에서 핵심 소재의 자급자족은 곧 기술 주권의 확보를 의미하며,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HBM 세대별 기술 진화 및 차세대 로드맵

HBM 기술의 경쟁력은 이제 D램 자체의 미세화 수준을 넘어, TSV 형성, D램 칩 적층 및 연결을 포함하는 첨단 후공정(Advanced Packaging) 기술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HBM4에서는 단순히 용량과 속도를 늘리는 것을 넘어, 메모리 자체의 기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HBM의 세대별 발전을 살펴보면, 초기 HBM(1세대)은 주로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HBM2(2세대)에서는 용량과 대역폭이 크게 향상되어 HPC 분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HBM2e(2.5세대)는 HBM2의 개선 버전으로, 주로 속도와 용량을 증가시켰습니다. HBM3(3세대)에서는 아키텍처가 크게 개선되어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되었고,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5세대)는 더욱 향상된 성능과 전력 효율을 제공합니다.

HBM 세대별 기술 진화 비교

구분 HBM3E (5세대, 現 주력) HBM4 (6세대, 차세대 목표) 주요 혁신 방향
DRAM 공정 (삼성 전략) 10nm급 5세대 D램 10nm급 6세대 D램 미세 공정 적용을 통한 성능 및 효율 개선
데이터 통로 (I/O) 1024개 2048개 (SK하이닉스 목표) 대역폭 2배 확대를 통한 AI 연산 속도 극대화
칩 적층 방식 (핵심 기술) TC 본딩, MR-MUF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도입 시도 초고적층(12단 이상) 제품 두께 및 속도 개선
로직 다이 역할 통로/중계 역할 두뇌/기능 강화 (Customization) GPU/AI 칩과의 통합 설계 심화

 

HBM의 차세대 로드맵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로직 다이의 역할 변화입니다. HBM4부터는 로직 다이가 AI 칩 설계에 맞춤화된 ‘두뇌’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메모리와 로직 칩 간의 이종 칩 연결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이는 메모리 제조사가 AI 칩 설계사와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해야 함을 의미하며, 기술 경쟁의 복잡성이 심화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전통적으로 HBM의 로직 다이는 단순히 D램 층들과 GPU 사이에서 데이터를 중계하는 역할만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AI 모델이 점점 복잡해지고 특화된 연산이 필요해지면서, 로직 다이 자체에 일부 처리 기능을 탑재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데이터 전처리, 압축, 또는 특정 AI 연산을 로직 다이에서 수행함으로써 GPU의 부담을 줄이고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HBM이 단순한 메모리를 넘어 ‘스마트 메모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래의 HBM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부 연산 기능까지 수행하는 통합형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이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단순히 메모리 칩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 시스템 전체의 아키텍처를 이해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함을 의미합니다.

본론 2: HBM3E를 둘러싼 시장 점유율 경쟁과 현세대 기술적 우위 분석

2024년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현황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두 한국 기업과 마이크론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가속기 시장의 독점적 지위 덕분에 가장 큰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가 시장 점유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HBM 시장의 경쟁 구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AI 칩 시장의 현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점유율(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곧 HBM의 최대 수요처가 엔비디아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엔비디아의 인증을 받고 그들의 차세대 GPU에 탑재되는 것이 HBM 제조사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글로벌 HBM 시장 경쟁 구도 (2024년 기준)

기업명 2024년 시장 점유율 핵심 경쟁 우위 주요 전략 고객사
SK하이닉스 52.5% HBM3E 선제적 양산, MR-MUF 기반 안정적인 수율 NVIDIA (HBM3E 사실상 독점 공급)
삼성전자 42.4% 파운드리/DRAM 통합 역량, HBM3E 12단 선제 양산 NVIDIA (HBM3E 12단 추진), AMD 등 고객사 다변화
기타 (마이크론 포함) 5.1% HBM3E 12단 퀄 테스트 조기 통과 NVIDIA (GB300 타겟 설계)
K-반도체 합계 94.9% 글로벌 HBM 시장의 주도권 확보

 

SK하이닉스의 HBM3E 선점 전략과 NVIDIA 파트너십

SK하이닉스는 HBM3(4세대)를 시작으로 HBM3E(5세대) 시장에서 가장 먼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시장 리더십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선제적 움직임은 주요 AI 칩 제조사의 인증을 빠르게 통과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의 성공 전략은 ‘빠른 시장 진입’과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먼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앞서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시작함으로써 초기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이는 엔비디아와 같은 주요 고객사가 차세대 GPU를 개발할 때 SK하이닉스의 HBM3E를 기준으로 설계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특정 메모리를 기준으로 시스템이 설계되면, 나중에 다른 제조사의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선점 효과는 막대한 경쟁 우위를 제공합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3E를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실적을 크게 견인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리더십의 기반에는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라는 독자적인 패키징 기술이 있습니다.

MR-MUF 공정은 HBM 제조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HBM은 여러 층의 D램을 쌓아 올린 구조이기 때문에, 각 층 사이의 연결이 매우 중요합니다. MR-MUF는 칩들을 적층한 후 그 사이의 공간을 특수한 재료로 채워 기계적 안정성을 높이고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입니다. 이 공정은 수율 안정성과 열 방출 효율을 높여 경쟁사 대비 빠른 인증 및 양산 이력을 제공했으며, 이러한 안정성이 HBM4 초기 단계에서도 단기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MR-MUF 기술은 특히 대량 생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SK하이닉스는 MR-MUF 공정을 통해 높은 수율을 유지하면서도 대량 생산을 실현함으로써, 엔비디아의 막대한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현재 성공은 NVIDIA라는 핵심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에 크게 의존한다는 구조적 특징을 가집니다. 이는 엔비디아가 공급처 다변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에게 시장 점유율을 내줄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복수의 HBM 공급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SK하이닉스의 독점적 지위에 도전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3E 추격과 마이크론의 압박

삼성전자는 HBM3E 시장 진입에서 SK하이닉스 대비 다소 늦은 출발을 보였으나, 현 세대에서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을 선제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하며 엔비디아 공급을 목표로 하는 등 고용량 리더십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고용량 제품에서의 차별화’입니다. HBM3E 8단 제품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점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12단 고용량 제품에서는 삼성전자가 빠르게 양산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12단 HBM은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을 제공하므로, 점점 커지는 AI 모델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유리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용량 제품에 집중함으로써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강점은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모두 생산하는 통합 역량입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파운드리 기업이면서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의 선두 주자이므로, HBM과 같이 메모리와 로직을 통합하는 제품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래의 HBM에서는 로직 다이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파운드리와 메모리 기술을 모두 보유한 삼성전자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세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미국의 마이크론 또한 HBM3E 12단 대량 양산을 시작했으며, 특히 엔비디아의 GB300에 맞춰 설계되었다고 밝히며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마이크론은 HBM3E 8단과 12단 모두 퀄 테스트를 삼성전자보다 먼저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마이크론의 압박 속에서 현세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부상은 지정학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성 차원에서 미국 기반의 HBM 공급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으로 낮지만,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있어 향후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HBM3E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고 장기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HBM4에서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기술적 초격차’ 전략, 즉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도입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피한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됩니다. 현세대에서의 경쟁에서 밀린 만큼, 차세대 기술에서 판도를 뒤집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기술 혁신을 추동하고 있습니다.

본론 3: HBM4 시대를 향한 기술 혁신 전략과 미래 동향

삼성전자의 HBM4 승부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도입

삼성전자는 HBM4 시대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승부수로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HB)’ 공정의 도입을 업계 최초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HBM 패키징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는 시도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적층 방식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던 연결 장치인 ‘범프(Bump)’를 제거하고, D램 칩을 구리-구리(Cu-Cu)로 직접 접합하는 방식입니다. 이 혁신적인 방식은 두 가지 중요한 기술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12단 이상의 초고적층 제품에서 전체 패키지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TC(Thermo-Compression) 본딩 방식에서는 각 층 사이에 범프가 필요했는데, 이 범프들이 누적되면 전체 패키지의 높이가 상당히 증가합니다.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는 HBM 패키지의 최대 높이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범프의 두께는 적층 가능한 층수를 제한하는 요인이 됩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를 제거함으로써 같은 높이 제한 내에서 더 많은 층을 쌓을 수 있게 해줍니다.

둘째, 칩 사이의 간격 축소로 정보 이동 속도를 극대화하여 성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에서는 구리 배선이 직접 맞닿아 연결되므로,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가 최소화됩니다. 이는 신호 지연을 줄이고, 전력 소비를 낮추며, 전기적 성능을 향상시킵니다. 또한 구리 대 구리 직접 연결은 열 전도성도 우수하여, HBM의 고질적인 문제인 열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HBM4를 제조함에 있어 경쟁사들이 10나노급 5세대 D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연내에 10나노급 6세대 D램을 12단으로 쌓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D램 제조 공정에서의 우위를 HBM4 성능에 직접 결합하여 기술적 우위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10나노급 6세대 D램은 5세대보다 더 미세한 공정으로 제조되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메모리 셀을 집적할 수 있고, 전력 효율도 향상됩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 성공적으로 대규모 양산에 적용된다면, 이는 단순한 공정 개선을 넘어 HBM 패키징 기술의 표준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기존 MR-MUF 공정의 안정성으로 선점 효과를 누리던 SK하이닉스의 단기 우위를 중장기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역전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본딩은 매우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리 표면을 원자 수준으로 평탄하게 만들어야 하고, 두 칩을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로 정렬해야 하며, 화학적 결합을 안정적으로 형성해야 합니다. 또한 대량 생산 과정에서 높은 수율을 유지하는 것도 큰 도전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기술적 장벽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HBM4 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HBM4 비전: 기능적 변화와 지속적인 혁신

SK하이닉스 역시 HBM4 시대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HBM3E의 1024개에서 2배 늘어난 2048개로 확대 적용하고, 이를 통해 대역폭을 2배로 확장하며 전력 효율을 4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I/O를 2배로 늘린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두 배로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HBM의 아키텍처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대규모 작업입니다. 더 많은 I/O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TSV의 배치를 최적화하고, 신호 간섭을 최소화하며, 전력 분배 네트워크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SK하이닉스는 오랜 기간 축적한 HBM 설계 및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러한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HBM4부터 로직 다이가 단순히 메모리와 GPU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에서 벗어나, AI 칩 설계에 맞춤화된 ‘두뇌’ 기능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SK하이닉스는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 에너지 효율, 신뢰성을 모두 충족하는 맞춤형 제품을 적시에 공급함으로써 AI 메모리 시장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메모리 제조사가 AI 칩 설계자와 더 깊은 차원에서 협력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로직 다이의 지능화는 HBM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로직 다이에 간단한 데이터 압축/해제 기능을 추가하면 메모리와 GPU 사이의 데이터 전송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는 특정 AI 연산에 최적화된 가속기를 로직 다이에 통합하여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맞춤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제조사가 고객의 AI 칩 아키텍처와 워크로드를 깊이 이해하고, 설계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세계 최초 HBM4 개발 및 양산 체계 구축을 목표로 제시하며, 기술 혁신 외에도 일하는 방식을 발전시키는 ‘기업문화 혁신’과 수익성 및 업무 처리 수준을 높이는 ‘운영 혁신’을 병행하여 전사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류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전략은 단순히 기술만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총체적 접근입니다.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더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운영 혁신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HBM을 개발하고 공급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사적 노력이 결합될 때 진정한 경쟁 우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의 동반 성장과 경제적 파급 효과

HBM 시장의 초호황은 메모리 완성품 제조사를 넘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습니다. HBM 제조의 핵심이 후공정 및 특수 소재 분야로 이동하면서, 관련 국내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가치 사슬은 매우 복잡하고 상호 의존적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최종 제품을 생산하지만, 이들도 수많은 소재, 부품, 장비 공급사에 의존합니다. HBM과 같은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밀하고 특화된 소부장이 필요하며, 이는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합니다.

HBM 가치 사슬 내 국내 소부장 핵심 수혜 기업 (2024년 기준)

기업명 HBM 관련 주요 제품/서비스 HBM 제조 공정 기여 최근 HBM 관련 실적/성장 (2024년 기준)
한미반도체 TC 본더 (열압착 본딩 장비) HBM 칩 수직 적층 (핵심 후공정) 사상 최대 매출 5,589억 원, 영업이익 2,554억 원 (영업이익률 45.7%)
ENF Technology 티타늄 식각액 (Ti etchant) TSV 형성 공정용 핵심 소재 국산화 HBM3E 라인 공급 시작, 영업이익 593억 원 (2배 증가)
솔브레인 특수 슬러리 HBM 구리층 제거 공정용 소재 (국내 유일 공급) HBM 공정 필수 소재 공급
덕산하이메탈 마이크로솔더볼 (MSB) HBM 칩-기판 간 전기적 연결 매출 2,359억 원 (63% 증가), 영업이익 186억 원 (흑자전환)
오로스테크놀로지 오버레이 계측 장비 TSV 공정 정밀 계측, 수율 향상 영업이익 61억 원 (154% 증가)

 

HBM 호황은 반도체 산업의 가치 사슬에서 후공정의 중요성을 극대화하며, 한미반도체와 같은 후공정 장비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한미반도체의 TC 본더는 HBM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핵심 장비로, HBM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급증합니다. 2024년 한미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이 45.7%에 달했다는 것은 이 분야의 높은 기술 장벽과 수익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ENF Technology가 TSV 공정용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고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기술적 자립도를 높이는 전략적 성과로 평가됩니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많은 핵심 소재와 장비는 전통적으로 일본이나 유럽, 미국 기업들이 독점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주권 확보라는 전략적 의미를 가집니다.

솔브레인의 특수 슬러리는 HBM 제조 과정에서 구리층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소재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의 마이크로솔더볼은 HBM 칩과 기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며, 오로스테크놀로지의 계측 장비는 TSV 공정의 정밀도를 검증하여 수율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전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은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완성품 제조사만 강한 것이 아니라, 소부장 생태계 전체가 경쟁력을 갖출 때 진정한 산업 경쟁력이 확보됩니다. 한국의 HBM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HBM 기술이 더욱 복잡해지고 고도화될수록, 소부장 기업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차세대 기술이 도입되면 새로운 장비와 소재가 필요해지며, 이는 또 다른 혁신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정부와 대기업, 소부장 기업들이 긴밀히 협력하여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간다면, 한국은 HBM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K-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한 핵심 과제와 전망

기술 경쟁의 종합 분석 및 차세대 우위 확보의 중요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경쟁은 현 세대의 ‘속도 기반 선점'(SK하이닉스 HBM3E)과 차세대의 ‘혁신 기반 역전'(삼성전자 HBM4 하이브리드 본딩) 전략으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이 경쟁은 궁극적으로 HBM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초고적층화로직 다이의 인텔리전트화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NVIDIA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HBM3E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HBM4 시대의 패키징 기술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리더십이 뒤바뀔 수 있습니다. 기술 산업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세대의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시장의 판도가 재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HBM4는 바로 그러한 세대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두 기업 모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할 핵심 과제

K-반도체가 AI 시대의 초격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1. 차세대 기술의 수율 안정화 및 양산 능력 검증:

삼성전자가 HBM4에서 추진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은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수반합니다. 이 기술을 대규모 양산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단기적인 성공의 열쇠입니다.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 또한 HBM4에서 목표로 하는 2048개의 I/O 성능을 안정적으로 달성하며 기존 MR-MUF 공정의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양산’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실험실에서 소량 생산하는 것과 공장에서 수백만 개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높은 수율을 유지하면서 대량 생산을 실현하고, 일정한 품질을 보장하며,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차세대 기술을 실험실에서 공장으로 옮기는 이 중요한 단계에 성공해야 합니다.

2. 고객사 다변화 및 협력 심화:

양사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MD, 구글, 아마존 등 다양한 AI 칩 개발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합니다. 특히 HBM4부터 로직 다이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메모리 솔루션은 AI 칩의 사양에 더욱 깊이 맞춤화되어야 하므로, 설계 초기 단계부터의 공동 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고객사 다변화는 단순히 리스크 분산을 넘어, 기술 발전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고객사와 협력하면서 각기 다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기술력이 향상되고,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고객사에 종속되지 않음으로써 협상력을 유지하고, 더 유리한 조건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3. 소부장 생태계의 질적 성장 지원:

HBM 기술 경쟁력이 후공정과 소재 분야로 집중됨에 따라, 한미반도체, ENF Technology, 솔브레인 등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전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 대한민국의 기술적 안정성과 전략적 위상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소부장 생태계 강화는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정부는 R&D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소부장 기업들의 혁신을 촉진하고, 대기업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며, 소부장 기업들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협력적 생태계가 구축될 때 한국의 HBM 산업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AI 혁신 시대 속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경쟁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 확보를 넘어, 전 세계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 표준을 정의하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곧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입니다.

현재 한국은 HBM 시장에서 95% 가까운 점유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위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론을 비롯한 글로벌 경쟁자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도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우위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를 통해 기술적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두 기업이 HBM4를 통해 구현하려는 하이브리드 본딩과 지능형 로직 다이의 진화를 주시하며, AI 혁신 시대를 이끌어가는 K-반도체 산업의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쟁의 결과는 단순히 두 기업의 운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의 미래와 전 세계 AI 산업의 발전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HBM은 AI 시대의 석유와 같습니다. 석유가 20세기 산업 발전의 핵심 자원이었듯이, HBM은 21세기 AI 혁명의 핵심 자원입니다. 한국이 이 핵심 자원의 공급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전략적 이점이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은 AI 시대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 국민 모두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보내야 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HBM4 경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진정한 실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하이브리드 본딩이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SK하이닉스의 안정적인 진화 전략이 승리할 것인가. 이 흥미진진한 경쟁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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