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중 기술패권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재편

 

1. 서론: 2025년 10월, 새로운 지정학적 공급망 시대의 도래

1.1. 보고서 배경 및 핵심 분석 방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를 강타했던 공급망 교란은 각국에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5년 10월 현재, 이 취약성 인식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와 결합하여,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과거의 효율성(Efficiency) 중심 구조에서 탄력성(Resilience) 및 기술 주권(Technological Sovereignty)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주요국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지급과 수출 통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정책 주도 지역화(Policy-Driven Regionalization)’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 시점은 이 정책들의 초기 투자 집행 성과가 가시화되는 동시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비용과 지정학적 통제 메커니즘의 근본적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변곡점입니다. 본 보고서는 향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궤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기업 및 정책 결정자들이 직면하게 될 구조적 난관과 전략적 기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1.2.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정의 및 동인 (Decoupling vs. De-risking vs. Regionalization)

현재 진행되는 공급망 변화의 핵심 동인은 세 가지 주요 리스크에 대한 대응입니다. 첫째는 대만 리스크(Taiwan Risk)의 고조입니다.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이 집중된 대만 해협의 지정학적 긴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공급망 의존도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심화시켰으며, 주요 고객사들의 리스크 헷지(Risk Hedge) 요구와 정부 차원의 공급망 지역화 압력 증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미국 내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 강화 전망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에 따른 고강도 관세 정책 예고는 해외 기업들에게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한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TSMC가 애리조나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선제적 대응 전략으로 작용했습니다. 셋째는 인공지능(AI)과 방위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 필요성입니다. 이러한 다층적인 지정학적 압력이 공급망 재편을 ‘단절(Decoupling)’보다는 ‘위험 분산(De-risking)’과 ‘지역화(Regionalization)’의 복합적인 형태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2. 정책 주도 공급망 지역화의 성과와 한계

2.1. 미국의 반도체 자국화 전략 심층 분석 (CHIPS Act 2022 업데이트)

미국은 2022년 통과된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국내 반도체 생산 인센티브와 응용 과학 연구 지원을 목표로 삼았으며, 총 527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을 활용해 국내 투자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인텔(Intel), 삼성, TSMC,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마이크론(Micron) 등 6대 주요 칩 제조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개별 기업의 투자를 살펴보면, 인텔은 CHIPS Act를 촉매 삼아 지난 4년간 800억 달러 이상을 반도체 제조 및 연구에 투자했으며, 직접 보조금 85억 달러와 향후 110억 달러의 대출 지원을 확보했습니다. 파운드리 1위인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기존 투자 계획을 확대하여, 총 1,65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이 확대 투자를 통해 3개의 신규 팹(FAB), 2개의 첨단 패키징 시설, 그리고 주요 연구개발(R&D) 센터를 애리조나에 추가 건설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TSMC의 결정은 고강도 관세 정책을 예고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과 더불어, 엔비디아(Nvidia) 및 AMD와 같은 주요 AI 반도체 설계 기업들의 공급망 안정성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선제 대응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CHIPS Act 자금은 Absolics (유리 웨이퍼, 7,500만 달러), Rocket Lab (태양 전지, 2,390만 달러), Hemlock (폴리실리콘, 3억 2,500만 달러) 등 2차 소재 및 부품 분야에도 지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CHIPS Act는 초기 초당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2025년 3월 대통령의 비판을 받는 등 정치적 취약성이 노출되었습니다.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인력 확보 문제와 높은 생산 원가로 인해 공장 가동이 지연되는 등 초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치적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습니다. 이는 CHIPS Act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선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시사하며, 2025년 이후 행정부 기조 변화 시 지속적인 자금 지원 및 규제 우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2.2. 유럽의 기술 주권 강화 및 ‘Chips Act 2.0’ 논의

유럽연합(EU)의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은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 법안은 인텔의 마그데부르크(Magdeburg) 투자와 TSMC의 드레스덴(Dresden) 공동 투자 등 대규모 팹 투자를 유치하며 지역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파운드리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프랑스 크롤(Crolles) 합작 팹 건설 및 폴란드 인텔 첨단 패키징 시설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EU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현재의 정책 속도와 투자 규모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Semicon Coalition은 기존 법안의 취약점을 해소하고 기술적 기회를 포착하며 탄력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강화된 Chips Act 2.0’을 요구하는 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유럽 위원회는 이미 2025년 5월부터 기존 Chips Act에 대한 평가 및 검토를 시작했으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법안 시행 직후 모든 회원국이 2.0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EU가 단순한 팹 유치를 넘어 기술적 자립(Technological Indispensability)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향후 Chips Act 2.0이 R&D, 장비, 소재 분야에 대한 보다 집중적이고 강력한 지원을 포함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2.3. 아시아 주요국의 대응 전략 및 Friendshoring의 역할

미국과 유럽은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Friendshoring)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위험 분산(De-risking) 노력의 일환으로, 라틴 아메리카가 레거시 칩의 ATP(조립, 테스트, 패키징)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는 대규모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단독으로 구축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분절된 공급망 요소, 특히 조립 및 테스트 역량을 제공함으로써 미주 공급망의 중복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첨단 칩뿐만 아니라 자동차 및 산업용 기계에 필수적인 레거시 칩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와 통제 메커니즘의 진화

3.1. 미국의 수출 통제 전략 진화: ‘정밀 통제’로의 전환 전망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시행한 광범위한 수출 통제는 첨단 AI 칩과 제조 장비의 중국 접근을 제한하는 데 목적을 두었으나, 단기적인 우회 전략에 직면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통제에 대응하여 지난 10년간 1,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국 산업 부양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2023년 12월에는 회로를 새기는 데 사용되는 리소그래피(노광) 장비 수입을 450% 급증시키는 방식으로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습니다. 2025년 10월까지 중국은 ASML, TEL 등으로부터 38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대량 구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미국의 기존 통제가 중국의 레거시 및 중급 기술 자립을 위한 인프라 확충 속도를 늦추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통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2025년 6월, 전략적 자원 협상이라는 형태로 현실화되었습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는 AI, 방산, 첨단 전자산업의 핵심 소재입니다. 6월 런던 2차 협상에서 중국이 군사용 희토류 및 자석 수출을 신속히 재개하는 대신, 미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를 일부 해제하는 ‘전략자원 맞교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희토류 공급 안정성 확보가 미국 내 AI 및 반도체 공장 가동 정상화의 결정적인 명분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협상 결과는 미-중 갈등이 일방적인 기술 단절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전략적 자원 공급망을 통해 균형점을 찾으려는 순환적 속성을 가짐을 입증합니다. 미국의 규제는 고강도이지만, 자국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경우 일부 완화를 통해 유연성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2025년 하반기에는 ‘AI 액션 플랜’에 따라 차세대 칩에 대해 ‘위치 추적 및 원격 통제’ 등의 기술을 내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출 통제가 예고되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기술 통제가 물리적 국경과 제품 단위 통제를 넘어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미국 중심의 동맹국 확대를 통한 정밀 통제 기조가 굳어질 전망입니다.

3.2. 중국의 자립화 가속화 및 우회 전략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의 자체 반도체 개발 확대를 부추기는 ‘역효과(Boomerang Effect)’를 낳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2025년 10월 인터뷰에서 중국이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화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화웨이는 이르면 내년 자사의 ‘어센드(Ascend) 반도체’로 강화된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며, 이는 미국의 통제가 중국의 기술 자립화 노력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보여줍니다.

AI 분야에서의 미-중 기술 격차는 상용 모델과 오픈소스 모델에서 다르게 나타납니다. 황 CEO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최첨단 상용 AI 모델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오픈소스 모델로 범위를 좁히면 중국이 미국에 비해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첨단 칩 통제가 중국의 상용 AI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는 데는 부분적으로 성공했으나, 오픈소스 생태계자체 하드웨어(화웨이) 개발을 통한 기술 자립을 막지는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의 기술 우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양쪽에서 빠른 속도로 잠식될 위험이 존재하며, 이는 지정학적 경쟁이 ‘칩의 성능’ 외의 영역(오픈소스, 인프라)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4.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구조적 난관과 비용 분석

4.1. 생산 비용 상승 압력과 수익성 악화 우려

공급망 지역화는 지정학적 안보를 얻는 대가로 막대한 구조적 비용을 수반합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의 경우, 생산 비용이 대만 공장 대비 무려 4~5배 높아 장기적인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미국 내 엔지니어 인건비가 대만 대비 3~5배 높고, 건설 및 유틸리티 비용도 현저히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처럼 지역화된 생산에서 발생하는 높은 원가는 본질적으로 기업 이윤에 압박을 가하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으로 작용합니다. CHIPS Act에 따른 투자 세액공제(ITC)를 통해 약 250억 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이 기대되지만, 이것이 높은 원가 구조를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생산량과 마진 방어를 위해 전략을 재수립해야 하며,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러한 비용 상승분은 최종적으로 하위 고객사(전자제품 제조 서비스 회사, 자동차 OEM 등)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구조적 압력이 존재합니다.

4.2. 인력 및 기술 인프라 확보의 병목 현상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팹 및 ATP 시설이 증설되면서, 숙련된 전문 인력 확보가 공급망 재편의 가장 큰 병목 현상으로 부상했습니다. 인력 조달의 어려움은 신규 공장 가동 지연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TSMC 애리조나 공장의 경우, 현재 인력의 50% 이상을 대만에서 파견된 인력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2027년 이후 추가 팹과 R&D 센터 가동을 위해 필요한 수천 명의 첨단 공정 엔지니어와 연구 인력 확보는 여전히 큰 도전 요인입니다.

유럽에서도 인텔의 마그데부르크 투자나 폴란드의 첨단 패키징 시설 등 투자가 활발하지만, 숙련된 첨단 제조 인력 및 운영 노하우를 현지에서 확보하는 것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심각한 난제입니다. 대규모 기술 인력의 미국 이전은 기술 유출 우려와 대만 정부의 우려를 낳고 있어, 첨단 공정 기술과 운영 노하우 이전의 어려움은 공급망 지역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소입니다.

4.3. 2차 공급망(소재 및 화학물질)의 지역화 난제

지역화 정책은 최종 제품인 칩의 제조 단계(FAB)에 집중되었지만, 그 하위 단계인 원재료, 특수 화학 물질, 가스 등 2차 공급망의 탄력성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재료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의 관세 면제 조항이 이러한 화학 물질 및 소재를 포함하지 않아 입력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급망 재편의 ‘수직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새로 지어진 미국이나 유럽의 팹이 성공적으로 가동된다 하더라도, 이들 시설이 여전히 해외 지정학적 리스크(특히 아시아 및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및 소재)에 취약하게 남아있게 된다면, 지역화 정책의 근본적인 목표인 탄력성 확보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 즉, 팹만 지역화된 공급망은 여전히 외부 쇼크에 취약한 ‘취약한 공급망 구조’를 갖게 됩니다.

 

5. 미래 기술 수요와 전략적 대응 (AI, Advanced Packaging, EUV)

5.1. AI 반도체 수요 폭증과 공급망 안정성 요구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공급망 재편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기술적 동인입니다. 엔비디아, AMD 등 AI 칩 설계 기업들의 공급망 안정성 요구가 높아지면서, 칩 생산(FAB)과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ATP)의 통합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인 경쟁 우위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TSMC가 애리조나에 2개의 첨단 패키징 시설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 요구를 충족하고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대하려는 전략적 포석입니다. 이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단순한 후공정을 넘어 AI 반도체 공급망 완성을 위한 핵심 고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AI 패권 경쟁은 칩 자체의 성능 경쟁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라는 새로운 제약 조건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며, 엔비디아가 계획한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전력 조달의 애로사항이 난제로 지적됩니다. 현재 중국은 전력 생산량이 미국 전력 생산량의 2배를 웃돌고 있습니다. 칩 성능(하드웨어 우위)은 미국이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구동할 지속 가능한 대규모 전력 인프라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인프라의 기반)에서는 중국이 구조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AI 기술 패권 경쟁은 누가 먼저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느냐로 전환될 것이며, 이는 지역화 전략 수립 시 에너지 정책을 필수적으로 통합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5.2. 첨단 노광 기술 (High-NA EUV) 공급망 통제의 중요성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에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의 비중은 2025년에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될 만큼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삼성,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주요 칩 제조사들이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EUV 기술의 다음 단계인 High-NA EUV는 현재보다 더 선명하고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여 기술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핵심 기술입니다. 이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과 관련된 기술 및 소재(레지스트, 펠리클 등)는 향후 첨단 반도체 공급망 통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따라서 EUV 및 High-NA EUV 생태계 내에서의 기술 리더십 확보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국산화 육성은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고 미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 됩니다.

 

6. 결론 및 전략적 권고 사항

6.1. 공급망 재편의 향후 궤적 종합 요약 (2026-2028년 전망)

2025년 10월 현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었으며, 그 동인은 구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대만 리스크)와 AI 기술 안보 수요입니다. 향후 3년(2026-2028년) 동안 이 흐름은 다음과 같은 궤적을 보일 전망입니다.

첫째, 지역화의 불가역성 속 구조적 비용의 현실화입니다. 미국과 유럽 내 대규모 팹 투자는 지속되겠지만, 대만 대비 4~5배 높은 생산 원가, 전문 인력 부족, 그리고 2차 소재 공급망의 취약성이라는 구조적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경쟁의 다차원화입니다. 경쟁의 초점은 나노 공정 경쟁(Foundry)을 넘어 첨단 패키징(ATP)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분산될 것입니다. 셋째, 미-중 갈등의 순환적 지속입니다. 기술 통제는 ‘정밀 통제’로 진화하겠지만, 중국의 전략 자원 무기화와 자립화 역효과(화웨이 중심)로 인해 갈등은 끊임없이 전략적 절충점(희토류 협상 등)을 찾는 순환적인 형태로 이어질 것입니다.

6.2. 한국 기업을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CHIPS Act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여 미국 내 첨단 팹 및 ATP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의 수요(특히 레거시 및 메모리 분야)를 포기하지 않는 ‘기술 안보’와 ‘시장 확보’의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합니다.

  • 기술 우위 확보 및 IDM 2.0 강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EUV/High-NA EUV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하고, 첨단 패키징 기술에 대한 자체 투자 확대 및 R&D 역량 강화를 통해 TSMC 및 인텔과의 격차를 축소해야 합니다. 이는 AI 공급망 내에서 한국 기업의 필수 불가결성(Indispensability)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 지정학적 리스크 헷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위협에 대비하여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보를 가속화하는 한편, 대만 리스크 분산을 위해 선제적인 생산 기지 다변화 전략을 실행해야 합니다.

6.3.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다층적 접근 제언

정책 결정자 및 산업 관계자들은 공급망 재편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다층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첫째, 정책의 안정성 확보입니다. CHIPS Act가 보여주듯이 정책이 정치적 불확실성(대통령 비판)에 노출될 수 있음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투자 세액공제(ITC)와 같은 세제 혜택과 규제 안정성에 의존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공급망 다각화의 수직적 확장입니다. 현재 팹 제조 단계에만 집중된 지역화 노력을 넘어, 미국이 60%를 수입에 의존하는 2차 소재 공급망의 다각화 및 현지 생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와 같은 새로운 ATP 거점과의 협력을 통해 대만/동아시아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추고 위험을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AI 패권을 위한 에너지 정책 통합입니다. AI 시대에는 칩 성능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가 병목 현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팹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국책 과제에 포함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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